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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미국포닥

이제서야 쓰는 미국 포닥 생활 9

Ph.D 송꾸 2023. 3. 25. 18:26

2019.04~2021.05

2년 2개월의 미국 포닥생활을 했다. 

 

내 지도교수를 통해 알게된 점이 있다. 

굉장히 개인적인 얘기다.

 

국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마쳤기 때문인지, 한국사회의 "교수"직종에 대한 편견때문인지,

나 또한 틀에 박힌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교수"들은 일반적으로 엘리트이며, 차분하고, 여유롭고, 굉장히 스마트하며, 재미없다.

또 사회적 지위에 맞게 모범적이고 태도나 어투에서 굉장히 예의가 돋보이며,

보수적이고 상대적으로 결점이 많이 없는 완벽에 가까운 좋은 사람.

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사회적 가면 (페르소나)일지라도 학생들 앞에서만큼은 그 이미지를 지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뉴스에 나올만큼 나쁜 교수들이 있다. 예전의 '인분교수'라던가, 성희롱 교수라던가. 

 

저런 편견을 가지게 된 건, 어쩌면 학부때의 교수님들과 대학원생때의 지도 교수님이 훌륭하고 인품도 좋았고, 나를 좋아해주셨고 또 내가 존경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혹은 일부의 한 면(좋은 면)만 봤을지도?ㅎㅎㅎ)

 

어쨌든,

크리스마스가 되어서 실험실 사람들과 같이 교수님집에서 파티를 했다.

이혼을 하셨기에 중학생 아들과 함께 사셨다.

그리고 역시 부자였기에 힐에 위치한 저택에서 사셨다. 내 기억 속엔 천장이 굉장히 높았던 걸로 기억난다.

파티는 각자 음식을 가져오고 같이 놀 수있는 게임등을 자유롭게 가져오는 것이었다.

파티전에 음식이 겹치면 안되기 때문에 구글 엑셀공유로 각자 참석할 사람 이름을 적고 어떤 음식, 어떤 음료를 가져올 것을 적었다.

교수님은 바베큐를 준비했었다. 

나는 코스트코에서 산 불고기를 조리한 후 가져갔다. 누군가가 이런 파티를 간다면 불고기와 같이 젓가락을 써야하는 음식은 피하길 바란다. 인기가 없다.ㅎㅎㅎ 굳이 한국인으로서 한국음식을 선보일 필요가 없다.

교수님이 준비한 잘라진 바베큐를 포크로 먹긴 했지만,

손으로 간단히 집어먹을 수 있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인기도 많았다. 

예를 들어, 과일, 잘라진 샌드위치, 카나페 등등

포크도 딱히 필요없는 음식들. 

 

한 친구가 닌텐도를 가져왔고, 다같이 댄스게임을 했다.

교수님 차례가 되었고, 잘 못했기에 일찍 게임이 종료되었을 때

교수님은 스크린에 대고 "대에앰~~"을 외치면서 쌍ㅃ큐를 날렸다. ㅎㅎㅎ

그때의 신선한 충격이란... 보수적인 나로써는 그때 많이 놀라웠다. 학생들 앞에서 쌍ㅃ이라니!!

 

또 어떤 친구가 블루투스 스피커를 가져와서 시끄러운 노래가 계속해서 나왔는데, 교수님은 "ㅃ킹 크레이지 스피커"라고 했다. 그 말을 했을때 장난스럽게 말한 것도 아니었다...;; 약간의 정색?이었다.

미국 욕의 수위 정도를 몰라서였나.. 난 그게 심한 욕인줄 알고 굉장히 당황해 했는데,

스피커 주인이었던 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 아무도 내 노래에 관심이 없네요"하고 스피커를 껐다.

나라면 상처를 엄청 받았을 것 같은데... 

(미국 욕의 수위를 모를뿐더러 살면서 욕을 많이 들어본 적이 없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내 친구들이랑 놀때도 욕은 안한다. 주변에 욕하는 친구들이 없다..) 

 

이글에서 하고 싶은 결론은

미국교수 (내 지도교수)는 가면이 없었다. 그만큼 감정과 생각에 충실하고 그대로 행동과 표정에 나타난다.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사실, 내가 겪어본 미국사람들은 거의 다 저런 특징이 있었다.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이미지에 신경쓰지않고, 그 순간순간에 자기 감정과 생각에 충실한 모습 말이다. 

Self-confidence가 굉장히 높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태도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가장 건강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