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2021.05
2년 2개월의 미국 포닥생활을 했다.
저번글을 훑어보았는데, 아차 싶었다.
특정 나라 대학원생/포닥과 부딪힌 일들을 쓰기로 했던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사실 지난 일이라서 굳이 쓸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이 블로그는 내 개인 공간이기에 적기로 했다.
읽고 안읽고 재미를 느끼든 도움이 되든 그냥 지나가든 말든간에 그것은 독자의 결정이니까. ㅎㅎ
같은 실험실은 아니고.. 옆 실험실 대학원생 J 와 D 와 마찰이 있었다.
EP1.
우리 실험실 (B교수)와 옆 실험실 (Q교수)은 같은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종종 공동미팅을 갖기도 했다.
Q 교수 연구실에 더 많은 장비와 중요한 장비가 있어서 거의 연구실을 같이 쓰고 있었다.
나름 염치가 있어서 아무도 쓰지 않을 때 혹은 다들 가고 널널한 저녁시간에 사용했다.
공동 연구실의 장비였지만 그들이 관리를 하기에 그들의 사용스케줄이 우선이었으니까.
J는 재료만 다를뿐 나와 연구방향이 비슷한 연구를 했었다.
어느날, 내가 연구결과가 의미있게 나왔었다.
J는 항상 물었다. 그 다음 결과는 어떻게 나왔냐고.. 이 정도야, 스몰톡일 수 있으니까 아무렇지 않았다.
어느날 심층적인 분석을 하려고 장비를 쓰려고 했더니,
"그것까지 당신이 연구할 필요가 없잖아요." " 이것까지 분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라고 연구 분석을 막았다.
결국에는 내가 원했던 분석까지는 가지 못했고, 얇게 분석하는 정도에서 연구가 끝났다.
EP2.
J의 부사수였던 D가 있었다. 그의 여자친구는 나랑 같이 연구하는 우리 실험실 대학원생 Z였다. Z가 물질을 합성하면 나는 소자를 만들어서 물질 성능평가는 하는 연구를 했었다. D는 연구주제가 마땅히 없었던 터라 여자친구인 Z에게 물질을 좀만 달라고 했다. 하필이면 내가 성능평가하고 있는 물질을 조금 넘겨준 것 같다.
그리고 그도 소자를 만들었다. 나와 거의 같은 레시피로.
(Z가 내 미팅 자료를 보여준 것 같다. 둘이 같이 살았기에.. 합리적 의심을 해본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에이스였나.. 싶다.ㅎㅎ
내가 소자를 만들었을 때에는 소자 성능이 13% 넘게 나왔다. 하지만 D가 만들면 10%가 주로 나왔고 11%는 아주 간신히 나왔다. 그러다 보니 자꾸 내게 레시피를 물어봤다.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해서 알려줬다. 비율, 농도, 코팅방법 등
그럼에도 그는 11% 초반 대였다. 그래서 였는지 그는 내 데이터를 의심했다.
미팅에서 자꾸 내 결과를 언급하면서 "이상하다. 자신을 그렇게 나오지 않는다'', "송꾸는 다시 확인해봐라", "잘못 측정한 거 아니냐"는 둥 헛소리를 내뱉었다.
그때의 열받음이란.. 기껏 알려달라고 해서 친절하게 알려줬더니만 이것이!!
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그 언행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어느날, J와 D는 나에게 소자제작 부터 측정까지 자기 눈 앞에서 해보라고 했다.
하아..... "알려달라, 배우겠다"의 태도가 아니라 "증명해봐라"였으니.
알고보니, 재료중 산화가 되기 쉬워 앙금이 생기는 물질을 fresh하게 만들어서 써야하는데, 그들은 공기중에 3일을 놔둔 오래된 물질 쓰고 있었다. 에라이. 이것들아..!
그리고선 내가 만든 소자를 자기가 직접 성능평가하겠다고 가져가서 측정했다. 당연히 그 소자는 12% 후반대 부터 13% 초반대를 보여주었다. D는 미안하다는 말이나 그런 것도 없이 "정말 잘 만드는 구나, 그 물질 문제인지 몰랐어"라고 말한게 끝이었다. 그당시에 기분이 나쁘다고 D에게 직접적으로 감정표현 할 걸 그랬나 싶다.
** 이건 들은 이야기
대학원생때 지냈던 연구실에서는 그룹미팅을 하게되면
자신이 어떻게 어떤 실험을 했는지 상세하게 보여주고 공유했었다.
같은 연구실이었고, 나와 같은 해에 박사학위를 따고 유럽권 해외포닥을 간 오빠가 말하기를, 첫 미팅때 다른 국가 포닥에게 한소리 들었다고 했다.
'미팅때 당신의 실험 레시피를 그렇게 상세히 알려주면 어떡하냐, 누가 따라할지도 모르고 당신이 그렇게 공유하면 다른 사람들도 실험 정보를 공유해야하는데 그러지 말라고"
......
과학기술의 공유로 세상은 발전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전에 인간의 이기심이 있다는 것을 간과했나보다. 그렇게 한번 더 배웠다. 너무 노하우나 지식과 경험을 오픈하지 말 것? 흠....
어쨌든 그래서인지 요즘 읽는 논문 experimental section에 애매모호하게 대충쓴 것들이 많아보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특정 나라 사람에 대한 편견은 없다.
우연찮게 부딪힌 사람이 같은 나라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을 뿐. 전에 쓴 글처럼 자국으로 돌아가 자리를 잡기위해, 남다른 성과를 가져야하기 때문에 조금 예민한 면이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금은?
J가 전 글에 썼었던.. 자신은 자국으로 돌아가 교수되고 싶다던 친구다. J와는 아주 가끔씩 연락하면서 지낸다. 지금 그는 미국회사에 취업을 했다. 미국 생활이 더 행복하다고 했다. (나한테 왜 그랬냐...증말..!!)
D는 아직 대학원생이다. 이제 졸업연차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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